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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초청 간담회를 열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역할을 대체하려고 한다. 전경련을 탈퇴한 4대기업이 대한상의롤 통해 목소리를 내게 될지 주목받는다.
29일 대한상의는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기업위원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최근 50여 곳의 기업에 대기업위원회 구성과 운영계획을 담은 안을 보내 가입의사를 묻고 있다.
대기업위원회 위원은 각 기업 대표가 맡고 위원장 1명과 5인 안팎의 부위원장을 두는 구조다. 위원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이 가능하게 하고 연간 2회 본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기업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에 정책이나 법안을 놓고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회를 방문해 대선후보에게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고 대선후보 초청 경제공약 점검 간담회를 여는 등 재계를 대표해 정치권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28일 간담회에서 “경제성장률이 0%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다”며 “대선후보들도 같이 고민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국정농단에 휘말리면서 전경련의 입지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최근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면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직을 줄이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기존과 역할이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가 전경련의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대한상의는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법정단체라 대기업 중심의 전경련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 때문에 대한상의가 대기업위원회를 새로 출범해 대기업 대변인 기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열쇠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대그룹들이 대한상의의 구상에 참여할지 여부다.
재계를 대표하는 4대그룹이 대기업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뒤를 따라 위원회가 쉽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4대그룹이 대기업위원회 참여를 망설이면 대한상의가 대기업위원회에 기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4대그룹은 얼마 전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들의 탈퇴는 전경련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그러나 이들 입장에서도 대기업 목소리를 한데 모을 창구가 없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최근 정경유착의 여파로 대관조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의의 대기업위원회 구상은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대한상의의 대기업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전경련이 폐지요구까지 내몰릴 정도로 비난을 받은 정경유착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상의는 법정단체로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거나 민관협력사업의 축이 되기도 하는데 대기업위원회를 두는 것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도 4대그룹의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 회비의 4분의 3을 4대그룹이 차지했을 정도로 전경련에서 차지한 비중이 막중하다. 전경련 존폐가 달린 혁신안의 성패도 4대그룹의 복귀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탈퇴한 회원사가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회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2월 정기총회에서 “4대그룹과 잘 얘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4대기업을 끌어안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