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브랜드 철수 등 구조조정을 마치고 올해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국내 패션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올해 여성복 브랜드 구호와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통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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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구호는 지난해 9월 뉴욕에 진출해 미국 노드스트롬, 중국 레인크로포드 등 유명백화점과 입점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홍콩과 유럽 등에도 진출하며 해외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구호는 1997년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만든 브랜드로 이서현 사장이 주도해 2003년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이 인수했다. 인수될 당시 매출 규모가 60억 원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1천억 원을 돌파했다.
남성복 브랜드 준지도 지난해 12월 영국의 고급백화점 헤롯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해외진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헤롯백화점은 영국 왕실에 물건을 납품하는 백화점으로 입점 브랜드를 엄격하게 통제해 세계적인 명품만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장은 해외진출을 통해 2020년까지 구호로 매출 2천억 원, 준지로 매출 1천억 원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 수입브랜드도 확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말 네덜란드의 남성정장 브랜드 ‘수트서플라이’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올해 초 청담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6월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매장을 낸다.
수트서플라이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수트계의 이케아’로 불린다.
이 사장은 남성정장 브랜드 엠비오를 철수한 대신 수트서플라이를 통해 젊은 남성 소비자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15년 말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홀로 이끌게 됐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국내 패션시장이 동반부진에 빠지면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내지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450억 원을 봤다. 2015년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 89억 원을 봤는데 적자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올해 역시 국내 패션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과가 이 사장의 성적표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3% 성장한 39조3천억 원가량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시장규모는 2015년보다 2.3% 성장한 38조 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패션시장은 2011년 전년보다 11.8% 성장한 뒤 매년 4% 미만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고 상품군별로 세분화됐던 브랜드를 통합하는 등 브랜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