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이용할 때 데이터요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제로레이팅(Zero Rating)’ 논란이 뜨겁다.
제로레이팅이란 이동통신사가 특정 콘텐츠에 한해 데이터요금을 받지 않는 것인데 차별적 대우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SK텔레콤, 제로레이팅 확대하나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제로레이팅 마케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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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은 최근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언틱랩스와 제휴마케팅을 시작했다. 6월까지 SK텔레콤 고객들을 대상으로 포켓몬고 게임 이용 시(업데이트, 다운로드 제외) 데이터요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의 이번 마케팅은 제로레이팅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제로레이팅이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콘텐츠를 데이터요금을 받지 않고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데이터 이용요금을 아낄 수 있고 콘텐츠 제공업체는 고객층 확대로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텔레콤은 고객들이 포켓몬고를 이용하면 다른 통신사의 포켓몬고 이용자들보다 한달 평균 250메가바이트(MB)에 해당하는 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포켓몬고 마케팅을 놓고 SK텔레콤이 제로레이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은 그동안 제로레이팅을 일부 콘텐츠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주로 이통사가 운영하는 동영상이나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 요금이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SK텔레콤의 경우 SK텔레콤 자회사인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SK텔레콤이 SK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업체와 제휴하고 제로레이팅 마케팅에 나서면서 국내 이통업계에도 제로레이팅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소비자의 데이터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대로 콘텐츠 업체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망 중립성 논란으로 확대될까
제로레이팅 마케팅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2003년 만들어졌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가들도 이를 지키고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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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3월20일부터 6월까지 자사 고객이 포켓몬고 게임을 할 경우 데이터 비용을 무료 제공키로 했다. |
그러나 이통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들은 콘텐츠사업자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망 중립성 정책에 불만을 표시한다.
미국의 경우 이통사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IT기업들이 인터넷트래픽의 대부분을 이용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동안 이통사들이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망 중립성 원칙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으로 망 중립성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아짓 파이는 2월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7(MWC2017) 기조연설에서 “망 중립성 원칙은 실수”라며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미국의 정책기조가 변하면 한국도 이에 따른 움직임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MWC2017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망 중립성 원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사장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회의에서 투자는 통신사가 하고 과실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업자가 다 차지한다는 불만이 나왔다”며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에서 너무 많은 초과이익이 있으면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