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계열사 정리와 건물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을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서울 명동에 있는 KB국민은행 본점건물을 매각하기 위해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등 매각자문사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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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윤 회장이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에 KB국민은행 본점과 주요 계열사들이 모인 ‘KB금융그룹타운’을 세우는 작업의 일환이다. 여의도에는 현재 KB금융지주 일부 부서와 KB국민은행 본점, KB증권과 KB생명 등이 위치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본점건물의 매각가격은 시세 등 부동산 상황을 감안하면 4천 억~5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약 7천억~8천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 매각은 예비입찰에 복수의 입찰자가 참여하는 등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윤 회장은 이런 매각자금을 KB손해보험 지분 확보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B금융 입장에서는 KB손해보험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KB손해보험 소액주주의 지분과 KB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맞교환한 뒤 상장폐지하는 방안이 가장 유리하다.
다만 KB손해보험 소액주주 등의 반발이 거센 점을 감안하면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최소한의 공개매수를 통해 KB손해보험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KB손해보험 소액주주 모임은 17일 KB손해보험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말에 이뤄진 KB손해보험 유상증자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KB손해보험 소액주주 모임은 “겉으로는 KB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대주주인 KB금융지주가 소유한 지분을 낮은 가격에 늘려주기 위한 조치”라며 “KB손해보험을 완전자회사로 삼는 과정에서 KB금융지주만의 주주이익을 위해 KB손해보험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가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등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KB손해보험 주가가 23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5% 떨어진 2만7650원에 머물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 부담도 낮아졌다.
KB금융은 KB손해보험을 완전자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KB손해보험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모두 공개매수하려면 1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분은 공개매수해 KB손해보험 주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나머지 지분은 KB손해보험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거나 자사주를 활용해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윤 회장은 계열사 등 매각자금을 KB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KB생명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KB생명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거나 다른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 ING생명과 KDB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평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을 강화하는 해로 삼았다면 올해는 보험업의 차례”라며 “윤 회장의 임기가 11월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각 매각의 성사가 어느정도 정해질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