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채권 때문에 NH농협은행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원방안 등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식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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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정부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에게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과 출자전환 등 지원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자 이들은 신규 자금지원은 거절하는 대신 출자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도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자전환을 할 경우 대출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한 점도 여신등급 재조정 가능성을 높인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여신의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은행들의 건전성 분류가 ‘고정이하’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이 낮아지면 NH농협은행이 가장 큰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위험노출액은 8884억 원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NH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과 관련해 충당금 5%를 쌓아뒀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10~15%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과 비교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이 '고정이하'로 한단계 하락할 경우 NH농협은행은 추가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선수금환급보증의 경우 일반대출보다 충당금을 적게 쌓아도 된다”며 “NH농협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여신 대부분이 선수금환급보증(RG)이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 부담은 520억 원가량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 선박건조 계약이 파기돼 선수급환급보증 8699억 원을 선주에게 모두 내줘야할 가능성도 있다.
이 행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한번에 쌓는 ‘빅배스’를 단행하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또 다시 부실채권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빅배스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비율이 여전히 다른 은행들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6%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0%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하반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배경에는 상반기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한 점도 있는 만큼 NH농협은행의 올해 순이익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NH농협은행에 부실채권과 관련된 경보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왔다”며 “이번 대우조선해양발 리스크를 어떻게 넘기는 지에 따라 이 행장의 올해 경영성과가 좌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