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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자동차인가 현대모비스인가?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주사가 될 회사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면서 지주회사 후보를 놓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소수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등 4개이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가 형성한 순환출자고리가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주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일반적으로 핵심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사업회사의 지분을 투자회사에 내주고 투자회사 지분을 현물출자, 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늘려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회사 지분 20%를, 비상장회사 지분 40%를 확보해야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다양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현대모비스에 버금가는 지주회사 후보로 떠올랐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핵심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방대한 현금과 활용가치가 높은 다양한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라며 “현대차가 계열사의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한다는 점, 오너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보호예수가 풀렸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용을 따져보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보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모비스든 현대차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두 회사의 지분가치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기아차가 지분 16.9%를 보유하고 있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4조 원 정도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지분 20.8%, 7조2천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기아차가 보유한 투자회사 지분은 오너일가가, 기아차가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은 투자회사가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오너일가와 투자회사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모두 4조 원 정도다.
같은 방식으로 현대차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오너일가와 투자회사가 확보하는 데 모두 7조2천억 원을 써야 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기아차는 손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 3.1%, 7600억 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며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가치가 7조 원을 넘어 양도소득세도 상당해 현대차보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현대차든 현대모비스든 지분율이 낮은 탓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문용권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7% 수준에 불과한 탓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오너일가가)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효율성 면에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 사이의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정리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지분 5.17%를,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28%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지분 6.96%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