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1등 넥슨이 2등 엔씨소프트를 인수한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김정주와 김택진의 결합이 글로벌 게임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직도 기대로만 남아있다. 언제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까?
18일 종가 기준 넥슨의 주가(도쿄증시)는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전 1319엔에서 898엔으로 32.1% 떨어졌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6만8000원에서 20만8000원으로 22.4% 떨어졌다. 현재는 기업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물론 게임규제 등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기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도 깔려있다.
두 회사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은 1조6386억원이고 영업이익 534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매출 7567억원에 영업이익 2052억원을 달성했다.
◆ 넥슨, 엔씨소프트로부터 개발 노하우 전수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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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넥슨은 지난 1월 엔씨소프트와 공동개발 중이던 게임 ‘마비노기2’를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비노기2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추진한 공동 프로젝트다. 그러나 결국 무산됐고, 두 회사 개발진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가 원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넥슨 측은 “사업성을 따졌을 때 추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선보이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양사가 이견이 있어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의견차이가 있어 공동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두 회사의 문화차이가 화학적 결합을 어렵게 한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다.
넥슨은 공동개발 중단으로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날리게 됐지만 얻은 게 있다. 우수한 개발능력을 인정받은 엔씨소프트에 비해 넥슨은 그동안 다른 게임사 인수와 게임 유통 등으로 수익을 얻었다. 그런 넥슨에게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넥슨의 개발팀 100여명이 그동안 엔씨소프트에 입주해 공동개발을 추진했던 것도 노하우 흡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 중단 후 이들은 넥슨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또다른 공동 프로젝트인 메이플스토리2는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이다.
◆ 지분 인수 당시 시도했던 해외 게임사 인수는 언제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엔씨소프트 지분을 넥슨에게 넘겨줬다. 그럼에도 8045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런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이유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힘을 합쳐 EA, 블리자드 등 글로벌 유력 게임회사 인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게임회사 밸브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이런 보도에 대해 두 회사는 공식적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 사이에 인수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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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밸브를 인수하기 위해 동원돼야 할 자금이 10억 달러로 평가됐는데, 당시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돈이 8000억원이었고 넥슨이 서울 강남 부지를 매각해 현금으로 확보한 돈이 1300억원이었다. 이 금액이 밸브 인수자금과 정확히 일치해 인수설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김택진 대표는 지분 매각 뒤인 2012년 11월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6월에 지분을 매각하고 8월쯤 대형 M&A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 어떤 회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확보한 1조원 규모의 돈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 돈으로 언제든 다시 해외 글로벌 게임회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것도 글로벌 게임사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도였고 그 시도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1조원 상당의 자금의 향방이 최종 결정될 때 비로소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20년지기 절친이다. 두 사람의 친분이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당시 지분 인수는 두 회사 임원조차 모를 정도로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