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의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후자'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출을 비롯해 경영에서도 삼성전자의 의존이 높고 이를 놓고 삼성'후자' 계열사 임직원들의 불만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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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SDI 사장. |
삼성그룹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강조하면서 이런 경영적 의존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사장 선임안건을 처리하는데 전 사장은 형식상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SDI 이사회에서 사장으로 뽑혔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자율경영의 첫걸음이라는 상징성을 안고 있다.
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유럽 법인을 방문할 일정을 세우는 등 해외기업의 전기차배터리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회사의 거래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은 매출을 비롯해 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의 삼성전자 내부거래율을 2015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삼성디스플레이 99%, 삼성SDS 73%, 삼성전기 61%, 삼성SDI 40% 등에 이른다.
전자계열사 사장들도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영현 사장만 해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 출신이다. 이번에 전 사장은 안태혁 소형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을 영입했는데 그도 삼성전자 시스템LSI제조센터장으로 일했다.
이처럼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경우 인사 등도 삼성전자 출신들이 대부분 차지하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월급쟁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CEO 자리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김순택 전 사장을 제외한 사장들이 모두 삼성전자 출신일 정도로 인사 종속도가 높았는데 자율경영을 선언한 뒤 기대와 불만이 공존하다고 있다”며 “앞으로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고 삼성‘후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불만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경영을 강조해도 삼성전자의 의존성을 낮추기 어려워 삼성'후자'의 인사독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전자의 경쟁우위 요소는 다른 전자계열사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집중적으로 공급받는 수직계열화 체제”라며 “다른 전자계열사가 아무런 조정기능 없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