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받을 영향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정유사들이 낮은 가격에 원유를 사서 높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팔아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반면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정제마진까지 줄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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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
9일 미국산 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28달러로 전일보다 1.99%(1달러)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8일에도 7일보다 5.4% 하락한 50.28달러로 50달러선을 간신히 지켰는데 결국 40달러대로 떨어졌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가격도 전일보다 떨어진 배럴당 51.81달러, 52.1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원유생산량과 원유재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가 지난주보다 대폭 늘어나면서 9주째 증가세를 이어가자 국제유가가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가 미국산 원유증가 소식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정유사에 미칠 영향을 놓고 증권사들이 다른 전망을 내놨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산유국과 미국이 원유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면서 아시아정유사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원가는 낮아지고 석유제품 수요는 늘면서 정제마진이 확대돼 국내 정유사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이 떨어지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고객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원유가격을 낮춰 공급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바이의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는 아시아정유사를 상대로 판매하는 4월치 경질유 가격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 연구원은 원유생산량과 달리 석유제품의 공급량이 줄어 정제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바라봤다.
글로벌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전체 정제설비 가운데 10%를 정기보수작업으로 가동중단한다. 일본정유사들은 정제설비를 일부 폐쇄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석유제품의 글로벌 공급량이 줄게 된다.
또 국제유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가솔린이나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의 실적에 가장 중요한 정제마진이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며 “올해 아시아정유사의 정제마진이 지난해보다 58% 가량 늘면서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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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미국산 석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28달러로 전일보다 1.99%(1달러)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람코가 원유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채 기존 재고를 바탕으로 수출량만 늘리고 있다”며 “사우디아람코가 결국 기존 합의와 달리 원유생산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봤다.
박 연구원은 사우디아람코가 4월치 경질유의 판매가격을 낮춰 아시아정유사를 상대로 공급하는 점도 국내 정유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설비를 활용해서 값싼 중질유를 비싸고 질 좋은 경질유로 만들어 팔아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데 사우디아람코가 경질유의 가격을 낮춰 중질유와 비슷한 가격에 팔면 국내 정유사가 고도화작업으로 낼 수 있는 차익도 줄어들게 된다.
박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우디아람코의 경질유 가격 인하소식과 미국 원유재고 증가소식은 국내 정유사에게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뺨까지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