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배제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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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전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판결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했다는 부분은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이 권한대행은 문체부의 문책성 인사와 사직서 수리 등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실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 권한대행은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최서원(최순실)씨의 사익추구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인사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고 파악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의결서에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과 과장을 문책성 인사조치하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면직한 내용을 담았다. 김 전 실장이 문체부 차관에게 지시해 1급 공무원으로부터 일괄 사직서를 받도록 지시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국회 의결서에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적시되지 않았다. 이후 박영수 특검 수사 결과 문체부 공무원 인사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국회는 추가로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을 담은 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탄핵심판에 참여한 이진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1월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유진룡 전 장관에게 이를 놓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문체부 1급 6명 가운데 3명만 실제 퇴직한 점을 들어 “퇴직하지 않은 사람들은 직접 명단에 기재된 사람의 지원배제 등의 업무를 취급하는 사람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유 전 장관은 이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빠질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헌재는 형사재판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심판 내용이 김 전 실장 등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헌재가 문체부 인사개입 논란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블랙리스트와 연결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김 전 실장 등의 방어논리에 다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 전 실장측은 2월28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 해도 범죄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재의 판단이 김 전 실장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련해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며 “형사재판과 법리상 차이는 있지만 공소유지 측면에서 검찰쪽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을 내려놓으면서 박 대통령을 상대로 검찰조사가 이뤄질 수 있게 돼 재판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생겼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하면 새로운 혐의사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2월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적용돼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의 재판은 공모자인 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