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나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입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조치에 이어 두 나라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항공사들이 대대적으로 중국노선 재편에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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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6일 “중국인들이 한국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건별로 예약취소가 이뤄지고 있어서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현재까지 예약된 계약 가운데 80%는 취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중국인 관광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2일 중국이 한국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 뒤 예약취소가 더욱 잦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는 이번 조치로 영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노선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들의 경우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중국노선 매출비중은 아시아나항공이 21%, 대한항공이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2만5357편을 운항해 승객 421만 명을 실어날랐고 대한항공은 중국노선에서 부정기편을 포함해 2만3476편을 운항해 승객 394만 명을 수송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도 중국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피해를 볼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중국노선 매출비중은 이스타항공 11%, 에어부산 10%, 제주항공 5%, 진에어 5% 등으로 나타났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관광객들이 여행을 취소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항공사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까지는 항공권 예약 자체가 대규모로 취소되는 사례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 입국자들이 한국국적기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항공사들의 영업에 직접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6일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행하는 중국노선에서 중국인 탑승객 수의 비중은 30% 안팎”이라며 “이 가운데에는 비즈니스 수요, 개별 여행객의 수요가 모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배치 이후로 중국에서 ‘반한 감정’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도 차츰 줄어들 수도 있다.
항공사들은 앞으로 중국의 한국여행금지 등 사드보복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노선 운항횟수를 줄이는 등 노선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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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눈에 띄는 항공권 취소 사태는 없다”며 “항공사들이 앞으로 변동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일 베이징에 있는 여행사들을 불러 한국여행 상품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저가 단체여행을 줄인다는 명목 아래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광광객수를 올해 4월까지 20% 줄인다고 한 데 이어 단체여행과 개별여행 모두를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한국여행을 금지하면서 단체관광객을 포함해 중국인 2만 명가량이 방한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형여행사 씨트립(C-Trip)을 통해 한국관광 상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100명가량도 2일부터 4일까지 3일 사이에 한국여행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화장품회사인 코우천 그룹과 중국의 의료기기회사인 유더그룹 등 중국기업들의 포상관광도 취소 또는 연기됐다.
항공회사 주가도 중국의 사드보복이 현실화한 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6일 직전 거래일보다 각각 0.19%와 0.35% 내린 2만6900원과 4295원에 장을 마쳤다.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소식이 전해진 2일 종가와 비교하면 4.95%, 6.74% 각각 내렸다.
제주항공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0.39% 올랐으나 2일 종가보다는 4.67% 떨어진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