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방해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NH핀테크 오픈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가장 많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핀테크기업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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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은 NH농협은행의 금융시스템을 표준화된 형태로 핀테크업체들에게 개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란 별도의 프로그래밍 기술없어도 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은 2015년 11월 NH핀테크혁신센터를 열어 NH핀테크 오픈플랫폼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핀테크 기업들에게 사무실 무료임대 및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개발 및 테스트, 법률자문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핀테크기업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은행의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핀테크기업의 서비스에 연계할 수는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68개를 핀테크 기업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정부가 주도해 시중은행 16곳이 참여한 ‘은행권 공동 오픈 플랫폼’에서는 잔액조회 등 가장 기본적인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5개만 공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현재 30여 곳이 넘는 핀테크 기업들이 NH농협은행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제휴의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P2P업체인 미드레이트가 NH농협은행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자금정산 자동화시스템을 만든 데 이어 NH농협은행은 다른 P2P업체인 에잇퍼센트와 협력해 상반기에 에잇퍼센트 홈페이지에서 NH농협은행 계좌를 조회하거나 이체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공개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는 없지만 핀테크업체들이 NH농협은행의 플랫폼을 통해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테크기업의 고객들이 장기적으로 NH농협은행의 고객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통해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처럼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금융보안성이 가장 핵심인 만큼 보안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핀테크 오픈플랫폼 이용기업에 대한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데 이어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금융정보를 조회하거나 이체거래 등을 할 때 NH농협은행이 구축한 별도 인증서버에서 인증을 받도록 하는 ‘원타임오스(One Time Auth)’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뒤늦게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공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NH농협은행이 디지털금융에서 한발 앞서 나가며 금융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채비를 마친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