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타이탄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면서 주롱아로마틱스 인수를 위한 채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의 화학회사인데 김 사장의 지휘 아래 롯데케미칼의 골칫덩이에서 알짜회사로 거듭났다.
김 사장이 타이탄 상장을 통해 싱가포르의 화학회사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는 데 쓸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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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이후에 타이탄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는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크레디트스위스와 JP모간체이스, 말라얀뱅킹을 상장주간사로 선정했다. CIMB와 HSBC, 노무라증권도 타이탄의 상장에 참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타이탄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데 이어 롯데그룹이 검찰수사까지 받으면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케미칼이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타이탄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타이탄이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되면 15억 달러~2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케미칼은 기대하고 있다. 우리돈으로 1조7천억 원에서 2조3천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타이탄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타이탄의 기업가치가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롱아로마틱스 인수가격이 2조 원 초반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라 타이탄이 계획대로 상장되면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넉넉해지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예비입찰에 통과하고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본입찰은 이르면 2월 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타이탄 상장이 주롱아로마틱스 인수를 위한 자금줄로 부각되면서 김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사장은 타이탄을 롯데케미칼의 알짜회사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김 사장은 이때의 경험을 살려 타이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2010년 롯데케미칼이 1조5천억 원을 들여 타이탄을 인수할 때 참여한 뒤 2015년부터 타이탄 경영을 이끌면서 수익을 대폭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승진했다.
타이탄은 김 사장이 부임하기 전인 2014년까지 영업이익률이 1%를 밑돌면서 부진을 이어갔지만 2015년부터 실적이 개선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5130억 원까지 불어났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30%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검찰수사 등으로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주롱아로마틱스를 놓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석유화학부문에 집중하되 원료와 생산지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펴면서 향후 업황이 나빠졌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주롱아로마틱스까지 보태지면 석유화학제품군을 다각화하면서 실적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면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의 생산능력이 늘어나 매출확대와 원가개선, 원재료 다각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에틸렌부문에서 내고 있다. 반면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의 매출비중은 10%에 불과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까지만 팔아도 되는 자사주를 2월에 처분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사주를 처분해 약 2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돈도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자금에 보탤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