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이 동부발전당진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산업은행은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두 차례나 무산되자 일단 인수한 뒤 되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송전망 비용 때문에 애초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들마저 되돌아서고 있는 형국이어서 향후 매각전망은 어둡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송전망 비용 탓에 인수후보 가뭄현상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삼탄이 인수를 포기한 동부발전당진을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인수한 뒤 되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탄은 지난 6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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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 |
삼탄은 예비 송전망 건설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수를 철회했다. 한국전력이 동부발전당진에 예비 송전망 건설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예비 송전망 건설에 드는 비용은 최대 7천억 원, 지중화 건설비용까지 감안하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탄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기로 한 금액은 2700억 원이다.
한국전력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동부발전당진 인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래가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삼탄이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하자 인수전에 나섰던 다른 인수후보들도 인수를 꺼리고 있다.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SK가스마저 향후 재매각 과정이 진행될 경우 참여가 불투명하다. SK가스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방식 등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부발전당진 인수의사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동부건설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이런 시장정서를 고려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하더라도 직접 투자자로 나설지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시장 참여자를 찾고 있으며 현재까지 산업은행 참여계획은 없다”며 “투자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후에 상황을 봐서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은행은 책임지고 팔 수 있을까
산업은행은 이미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특수강에 대해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인수한 뒤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산업은행은 이 사모투자펀드에 주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이 펀드 지분의 50%를 인수했다.
그러나 동부발전당진 매각은 동부특수강과 상황이 다르다. 동부특수강의 경우 매각소식이 전해지자 세아그룹이 인수의사를 밝혔고 현대제철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등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동부발전당진은 삼탄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다른 인수후보들까지 떨어져나가고 있다.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위한 사모투자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매각이 지연되거나 성사되지 못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동부발전당진 주식을 담보로 동부건설에 2천억 원의 브리지론을 대출해 줬다.
산업은행마저 주저하는 상황에서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이 펀드 참여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또다시 무산되자 산업은행 책임론이 일고 있어 이를 의식한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 조성에 급히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애초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려 했지만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개별매각으로 선회했다. 이런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한 매각을 시도하다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또 무산된 데 대해 “한국전력공사가 갑작스럽게 말 바꾸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삼탄은 물론이고 다른 입찰의사를 표시한 기업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