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상황이 심각하다.
상반기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인 1천조 원을 넘어 1천40조 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부양을 앞세운 경제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가계부채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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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7천억 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고금리 신용대출에서 저금리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한 경우가 많았다. 정성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옮겨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8월 한달 동안 늘어난 금융권 가계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은 4백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비은행권 월평균 대출 증가액 5천억 원의 8%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권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출 갈아타기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금융감독원은 주택대출 가운데 절반 정도가 주택매입이 아닌 생활자금 용도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출이 늘었지만 가계 전체로 보면 고금리의 악성부채를 경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긍정적 측면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일부 전문가들 역시 아직은 가계부채 문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미 사상 최고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이후 차츰 가계부채가 감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여기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연 평균 0.7%씩 줄어들고 있고 일본은 연 평균 1.1%씩 감소했다. 독일과 영국은 가계부채가 늘어나기는 했으나 연 평균 증가율은 0.5%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가계부채가 연 평균 8.2%씩 늘어났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2008년 말의 1.7배나 된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초기 확장적 경제정책에 대해 가계부채 우려를 지적하자 “가계부채는 궁극적으로 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가 살아나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70.6%에서 2012년 62.3%로 감소해 OECD 평균보다 두 배 가까운 감소폭을 보였다. 오히려 법인소득 비중은 OECD 평균 대비 4배 빠른 증가속도를 나타내 가계와 기업의 소득격차가 늘어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를 담은 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가계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9.7%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의 두 배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