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지분을 대거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며 적극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도시바의 재무상황이 예상보다 악화하며 지분매각 계획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수전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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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보며 경영난에 빠지자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한 뒤 20% 정도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원전사업 손실규모가 7조 원 이상으로 예상보다 커지자 경영권을 포기하고 낸드플래시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연구원은 도시바가 20%의 지분매각을 추진할 당시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자의 인수가 유력했지만 현재는 낸드플래시 사업확대를 노리는 반도체기업의 인수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파악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은 도시바의 지분인수에 뛰어들었지만 매각조건이 달라지며 고민을 안게 됐다. 5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반도체사업의 확대를 노리는 경쟁기업들이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가 경쟁력 확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도시바는 20% 정도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술력도 경쟁기업들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현실적으로 충분한 자금력도 보유한 기업은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그룹,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으로 추정된다.
중화권업체가 도시바의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중국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할 공산이 크다.
유 연구원은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올해 큰 폭의 실적성장이 예상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도시바 지분인수는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업황호조에 힘입어 9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봐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만큼 반독점규제 등을 이유로 들어 SK하이닉스의 인수기회를 막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지분을 인수한 뒤 경영전략과 고용유지,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일본정부를 설득할 수도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