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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대한상의 CEO 초청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상법 개정안을 경영권 훼손이라고 반대하는 재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힘을 실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기업가치를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CEO 초청간담회에서 “20대 국회에 발의된 경제법안이 590개인데 407개가 규제법안”이라며 “이들이 한꺼법에 통과되면 기업이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상법 개정안 가운데 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안도 있다”며 “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격이 되지 않도록 하나하나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간담회에 참석해 재계 의견에 동조했다. 유 부총리는 “(상법 개정안은)외국 투기자본이 국내기업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분이 있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진하도록 국회를 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야권이 요구하는 상법 개정안이 어쩔수 없이 도입될 경우 재계에서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계는 그동안 차등의결권·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상법 개정안은 야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입법과제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별도선임, 자사주 활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야권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지만 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며 법안처리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재계는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1주 1의결권 등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 시각과 다른 분석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20일 “상법 개정안,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행동주의 확산과 연결돼 있는데 미국 주주행동주의는 미국 주식시장 재평가로 연결됐다”며 “저평가 국면의 행동주의는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으로 일감 몰아주기 행위가 제어되고 이사회 기능이 회복하는 등 순기능이 더해져 한국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재계의 견해도 동의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에 1~2명의 ‘중립적’인 이사를 넣을 방편”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파악했다.
최 연구원은 “외국계 자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기업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주주권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총수 일가의 그릇된 의사결정으로 그룹이 해체까지 간 경우는 웅진그룹, 동양그룹, LIG그룹, 금호그룹 등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만약 이사회가 매우 중립적이고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대한상의 등이 외국계 투자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사례로 들었던 SK그룹의 소버린사태나 KT&G의 칼아이칸사태 등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낳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연구원도 “상법 개정안 내 다중대표소송제는 투자자소송이 아니라 주주소송으로 불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경영진이 큰 불편을 느끼진 않을 것”이며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