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 외국언론이 한국 재벌기업의 정경유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놓고 외국에서 여론이 악화하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인적분할계획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17일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물려받은 것은 사업뿐이 아니다”며 “뇌물과 배임죄 의혹으로 구속돼 아버지가 걸었던 논란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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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해외언론들은 글로벌시장의 주요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결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변화를 이끌 리더로 평가받았지만 뇌물공여와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의 구속은 한국 재벌기업과 정부의 오랜 유착이 만들어낸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을 글로벌기업으로 평가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끌 능력있는 차기 경영자로 꼽혔지만 최근 여론이 크게 뒤바뀌고 있다며 경영권 승계을 마무리해도 입지는 이전보다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언론의 이런 비판은 삼성전자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당장 17일 미국에서 하만이 주총을 열고 삼성전자 인수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이는 데 이 부회장의 구속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실패하면 성장동력으로 꼽는 전장부품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하만을 약 10조 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이미지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데다 일부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하만 주주들은 주총을 하루 앞두고 “삼성전자와 하만은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주주들에 공개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하만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전에도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격이 저평가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만 주총에서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한국과 미국 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하는 만큼 삼성그룹의 이미지 악화는 뼈아플 수 있다.
로이터는 “이 부회장은 하만과 인수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혔다”며 “하지만 구속수사를 받으며 삼성그룹이 경영공백에 놓인 만큼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계획에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도 여론악화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주주가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여론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이 부회장의 결백이 증명되지 않으면 인적분할에 반대의견을 내놓겠다는 투자기관도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주요 외국인주주들은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에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해외언론들도 이런 변화를 촉구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주주들이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때”라며 “삼성그룹이 이제 오너일가를 배제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매체는 “삼성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었다면 과거 이건희 회장도 삼성특검 이후 경영에 복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CNBC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그룹의 기업 이미지나 실제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 재벌기업에 전반적으로 큰 개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