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놓고 득실계산에 분주하다.
CJ제일제당은 한해 원재료 수입규모가 2조 원에 가까운 내수업체인 만큼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로는 달러약세, 정책은 달러강세를 내세우고 있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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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환율 불안전성이 높아지면서 CJ제일제당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약세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200원 대를 유지했지만 한 달 동안 60원 이상이 떨어져 1140원 대로 내려앉았다.
CJ제일제당이 달러약세와 원화강세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힌다. 주요 원재료의 수입비중이 높은 만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화강세 기조는 음식료회사 등 내수업체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CJ제일제당의 수혜가 가장 빛난다”고 파악했다.
CJ제일제당이 한해 수입하는 원당, 옥수수, 대두, 원맥 등의 곡물은 1조8천억 원에 이른다. 곡물을 모두 선물거래로 매입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회사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10원 등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셈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주당순이익(EPS)이 1.8%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최근의 달러약세가 얼마나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으로 기업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공약을 시행하면 물가가 오르면서 달러강세를 낳을 수 밖에 없다. 말로는 달러약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이 이행되면 달러강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통화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달러강세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환율방향성은 더 혼란에 빠졌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김문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적절한 개입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투기 세력의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의 의도와 반대로 달러 강세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오른 1142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은 2009년에도 환율 급상승으로 2천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