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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SK그룹 10조 베팅할까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7-02-15 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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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SK그룹 10조 베팅할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올인’ 카드를 꺼낼까?

최 회장은 SK그룹의 미래를 반도체에 걸고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20%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도시바가 경영난에 지분 일부가 아니라 과반 이상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 도시바, 경영난에 반도체사업 경영권도 내놔

15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전이 경영권까지 포함한 인수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분사할 반도체사업의 최대주주 자리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경영난에 반도체사업 분사를 결정하면서 19.9%의 지분을 팔기로 하고 현재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일부만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제 경영권까지 내놓겠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보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도시바가 잠정집계한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손실은 7125억 엔(약 7조1천억 원)에 이른다.

◆ SK그룹, 도시바 경영권 확보 기회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통해 도시바 지분 20%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3조 원 수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인수를 통해 낸드플레시분야에서 기술제휴를 원했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반도체의 한 종류로 D램과 달리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반도체다. 최근 스마트폰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전장부품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업체이지만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뒤처져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6.6%), 도시바(19.8%), 웨스턴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마이크론(9.8%) 순이다.

  최태원,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SK그룹 10조 베팅할까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는 특히 낸드플래시의 데이터처리를 담당하는 ‘컨트롤러’ 기술에서 뒤처져 있다. 반면 도시바는 컨트롤러 분야에서 정상급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승리는 불투명하다. 무려 4조 원 가량을 써낸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지분을 인수해도 기술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경쟁자인 SK하이닉스에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바가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낸드플래시분야 기술을 얻을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제출한 인수의향서는 최종입찰이 아니라 입찰가 수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태원, 올인카드 꺼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K는 반도체 웨이퍼(원판)업체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샀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는 그 규모가 다르다. 최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올인'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19.9%를 인수하는데 3조 원을 베팅했다. 50%를 확보하려면 산술적으로 7조5천억 원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경영권 확보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평균 20%에서 30% 수준이다. 대략 10조 원을 써내야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매년 3조~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9조1669억 원이지만 현금성 자산은 1조2147억 원에 그친다.

최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SK그룹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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