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명실공히 브랜드숍업계의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니스프리가 더페이스샵을 밀어내고 브랜드숍 왕좌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부진했던 에뛰드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1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분기마다 30% 안팎씩 늘어나면서 가파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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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현재 매장 수는 370여 개인데 이런 추세라면 500여 개까지 확대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고 전망된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는 내수와 수출, 중국현지의 실적이 모두 견조하다”며 “앞으로도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성장률이 한자릿수에서 제자리걸음 하고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국내외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화장품 브랜드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설화수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두번째로 ‘1조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셈인데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숍으로서는 처음이다.
이니스프리가 제주의 쳔연 재료를 활용했다는 청정 이미지를 내세워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한 점이 성공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브랜드 이름도 ‘피부에 휴식을 주는 섬’을 뜻한다.
이니스프리는 마트전용 화장품으로 출발해 2005년 브랜드숍시장에 뒤늦게 발을 디뎠다. 2010년까지 10위 권에 머물렀지만 마케팅 전략을 바꾸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숍이 쏟아지면서 저렴한 가격의 물량공세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친환경 재료를 내세운 이니스프리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녹차, 화산송이, 유채꿀 등 15가지 제주 원료를 화장품에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더 그린티 씨드세럼’과 ‘제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은 밀리언셀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청정한 이미지를 강조한 이니스프리의 전략은 중국 공략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황사와 미세먼지 등이 심각한 중국의 환경적 특성상 중국 여성들은 자연주의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이니스프리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점포수가 383개로 2015년 대비 62.3% 증가했다.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전용상품을 대폭 강화하고 중국 진출당시 현지의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몰과 쥬메이 등에 공식몰을 오픈해 중국 소비자와 점점을 늘리는 등 온라인채널 전략에서도 강점이 두드러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미운오리’ 신세였던 에뛰드의 폭발적인 성장도 눈에 띈다.
에뛰드는 2013년 이후 매출이 2년 연속 감소하며 실적부진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공주 컨셉’을 벗어던지고 색조화장품 강화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에뛰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153%가 불어났다.
'플레이 101스틱', '브라우 젤 틴트' 등 20대 여성들을 겨냥해 내놓은 색조화장품 제품들이 대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가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코스비전을 통해 주력제품들을 납품받는 점도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서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데 브랜드숍의 성장이 청신호를 켠 셈이다.
특히 이니스프리에 승부수를 건 것으로 보인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유독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내부에선 “개별브랜드 매출 기준으로 이니스프리가 올해 설화수도 꺾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핵심주주라는 점에서도 앞으로 서 회장이 더욱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부진 등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성장률 둔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아시아시장에서 포지션 확대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서울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플러그십 스토어를 개장한 데 이어 중국 청두에도 단일 화장품 브랜드 매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상하이'를 열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중국 중심지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발판삼아 K뷰티 화장품 선도 브랜드로서 위상을 더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