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해외 석유화학기업 인수합병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 탓에 인수합병 기회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다시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잇다.
◆ 롯데케미칼, 주롱아로마틱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2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채권단 관리절차에 들어간 석유화학기업 주롱아로마틱스(JAC)의 본입찰이 이르면 2월 말에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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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현재 롯데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 등 국내 화학기업 2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1월 초에 실시된 주롱아로마틱스의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인수적격대상기업에 선정돼 현재 주롱아로마틱스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럼(BP)과 세계 최대의 원자재기업인 글렌코어를 비롯해 해외기업 4~5곳도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롱아로마틱스는 회사 지분이 아닌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장 등 유형자산을 매각대상으로 정했다. 주롱아로마틱스가 과도한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탓에 주식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롱아로마틱스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가장 많은 양의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주롱아로마틱스는 연간 150만 톤의 방향족 제품을 생산하고 250만 톤의 운송연료를 생산한다.
인수후보 기업들이 본입찰을 통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게 되면 방향족 석유화학제품부문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2015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른 수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할 때 수익성을 확대하는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롱아로마틱스의 매각 예상가격은 1조 원대 후반에서 2조 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 허수영, 인수합병시장에 다시 뛰어들어
롯데케미칼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놓고 허수영 사장이 인수합병 시장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석유화학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재직할 때부터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 롯데케미칼의 외형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허 사장은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재직했던 2003년에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해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허 사장은 이후에도 케이피케미칼과 말레이시아기업 타이탄을 인수하는데 관여해 롯데케미칼을 국내 1위의 에틸렌 생산기업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허 사장이 추진하는 인수합병에 급제동이 걸렸다.
허 사장은 지난해 6월에 미국 화학기업인 액시올을 인수해 북미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뒤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할 경우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면 콘덴세이트 스플리터(정제설비)를 통합한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의 생산능력이 늘어나 매출확대와 원가개선, 원재료 다각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자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에틸렌부문에서 내고 있다. 반면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의 매출비중은 10%에 불과해 주롱아로마틱스를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