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삼성그룹 임원인사에 속도가 붙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삼성그룹이 지난해 연말부터 미뤄온 임원인사를 당분간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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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삼성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도 수사의 사정권에 여전히 들어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0일 브리핑에서 "현재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추후 상황에 따라서 (재청구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특검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수뇌부를 소환할 가능성이 있고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장기간 위기상황이 이어질 수 있어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주요 계열사마다 핵심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의사결정의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냥 미뤄두기도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인사는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고 경영계획을 세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대개 12월초 조직개편과 함께 사장급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 관련 수사로 인사가 미뤄지면서 경영계획은 물론 3월에 실시해왔던 상반기 채용계획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설 연휴가 끝난 뒤 2월에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특검 수사가 최소한 2월 말까지 진행되는 만큼 그 때까지는 기존 계열사 경영진 중심으로 보수적 틀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 경우 특검수사가 한달 더 연장될 수도 있어 그만큼 시기가 다시 늦춰질 수도 있다.
인사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인사폭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면 대규모 인사이동이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반 삼성, 반 재벌승계’의 여론도 고조되는 만큼 삼성그룹이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은 물론 대외적으로 고용확대 등 사회공헌을 위한 청사진도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당분간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의 국가경제 기여도와 대외 신인도 논란이 컸고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에 따른 부당이득에도 시선이 곱지 않았던 만큼 진정성 있는 특단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