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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신년 결의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황창규 회장이 KT 회장 연임에 도전했으나 성공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이 잠잠해질만 하면 불거지고 있는 데다 KT 양대 노조가 황 회장 연임을 놓고 갈등을 벌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T는 12일 긴급 해명자료를 내 "당사는 전경련으로부터 '건의사항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논리를 담은 30~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전경련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연임에 도전장을 내민 황 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KT는 검찰수사에서 미르와 K스포츠에 지원금을 낸 것 외에도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가 추천한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씨 소유로 알려진 광고회사에 68억 원 상당의 광고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황 회장은 6일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도전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검찰수사에서 KT가 인사권까지 휘둘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연임을 놓고 말을 아껴오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것 외에 박근혜 게이트 관련 추가 의혹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검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과 독대 전후 시기를 둘러싼 여러 말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은 황 회장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검이 현재 정조준하고 있는 삼성 수사를 곧 마무리하고 관련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황 회장의 연임을 놓고 심사를 벌이고 있는 CEO추천위원회에도 고민을 안길 수 있다.
황 회장은 KT 실적을 앞세워 연임에 나서고 있다. 업계도 황 회장 취임 이후 KT가 과감한 조직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통해 통신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결과 2015년 흑자로 돌려세운 등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문제는 통신업계 최대 이슈였다. 두 회사의 합병 성사를 막기 위해 경쟁관계에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대관 및 홍보조직을 총동원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던 것도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불발됐다.
특검도 앞으로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서 이 대목을 눈여겨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의 연임가도에 다른 변수도 있다. KT 내부에서 새 노조를 중심으로 황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는 기존 ‘KT노조’와 ‘KT새노조’로 복수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KT새노조는 기존 노조가 2002년 민영화한 뒤 어용논란에 휩싸인데 반발해 2011년 출범한 조직이다.
양대 노조는 최근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찬반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KT노조는 10일 황 회장의 연임 도전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KT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황 회장의 강한 열정과 경영능력, 일부 성과창출 및 향후 확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일부에서 현재 국정농단 사태 연루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치 이슈를 판단기준으로 삼기 부적절하고 위법이 없었다는 것이 사회일반의 인식으로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KT새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황 회장의 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인사 청탁을 근절하겠다는 취임일성이 무색하게 낙하산 인사를 통해 최순실씨와 청와대에 줄 대기한 장본인”이라며 “미르와 K스포츠에 이사회 의결없이 자금을 출연하고 없던 임원자리까지 만들며 적극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KT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의 경영성과와 비전 등을 놓고 자격심사를 벌이고 있으며 1월 안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현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자동적으로 단독후보가 돼 지금까지는 제동이 걸린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황 회장의 연임성공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로 KT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수록 CEO추천위원회도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