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가 높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막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며 대응하려고 하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정 위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심사가 필요한 부분은 전속고발권을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하는 제한적 존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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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정 위원장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전속고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대신 공정위에 의무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을 확대해 전속고발권을 보완하는 방향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정 위원장이 한 발 더 물러서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개혁입법추진단이 10일 내놓은 중점 추진 법안 21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 5개도 포함돼 있다.
추진단은 최운열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다섯 개를 재벌개혁 법안으로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모두 불공정거래행위나 부당공동행위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0일 발표한 재벌개혁 방안의 하나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제안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힘을 실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른정당도 최근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위법성은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방어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일단 고발요청권을 확대하는 선에서 방어선을 치고 있다. 정 위원장은 4일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고발요청권 기관수를 확대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전속고발권 폐지 대신 고발요청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도 관건이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법정단체를 추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계 목소리를 주로 대변하고 있어 고발요청권 남용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야당은 광역자치단체장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권과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선출직으로 현재 광역자치단체장 17명 중 절반 이상인 9명이 야당 소속이다. 야권의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장이 고발요청권을 갖게될 경우 기업활동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