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재벌개혁의 주대상으로 삼성그룹을 꼽고 있어 삼성그룹이 곤혹해 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문 전 대표가 10일 내놓은 재벌개혁안 가운데 삼성그룹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부분은 ‘금산분리’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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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시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자는 취지의 정책인데 금융과 산업 계열사 모두를 보유한 삼성그룹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는 삼성전자인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7.55%를 보유한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이다. 금산분리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 등 오너일가 지배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나서 삼성생명이 시장에 내놓을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문 전 대표는 금융회사가 다른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개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쉽사리 이뤄질 수 없게 된다.
강력한 금산분리 정책이 도입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상향 조정(상장사 30%, 비상장자 50%) 하는 방안도 삼성그룹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률 아래에서도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별로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며 “기준이 상향조정되면 삼성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강력한’ 재벌개혁안이 나오자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박근혜 게이트로 특검수사를 받고 있는데 재벌개혁안까지 등장해 마치 범죄인처럼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말 한 언론인터뷰에서 “삼성 개혁이 공정한 경제를 만드는 출발”이라며 “심하게 얘기하면 그만큼 삼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