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올해 불황에서 탈출할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10일 “여러가지 지표를 보면 올해 조선업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율이 각각 10.8%, 15.9%를 기록하고 있다.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는 선박의 수요와 공급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앞으로 선박수요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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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클락슨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다. 이를 놓고 볼 때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발주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불황으로 유휴선박의 해체가 사상 최고인 점도 수주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벌크선 해체량은 2890만DWT로 발주량(1340만DWT)의 2배에 이른다.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9만TEU가 발주됐는데 해체량은 이의 3배가 넘는 66만TEU를 기록했다. 앞으로 해체된 선박을 대체할 새로운 선박의 건조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조선업황은 지난해처럼 암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올해도 당분간 수주가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양부문에서 수주계약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당분간 후속수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상선부문도 여전히 수주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파악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멕시코만 매드독 유전에 투입되는 1조5천억 원 규모의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를 수주했다. 1분기 안에 3조 원 규모의 다른 해양프로젝트도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들 외에 앞으로 국내 조선3사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 만한 해양프로젝트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봤다.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해양프로젝트를 재가동하려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상선부문도 아직은 발주재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선발주가 바닥을 친 것으로 바라봐 올해는 수주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조선업계에 일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 세계 선박수주량이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인 22척을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를 재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 연구원은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