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기업이다. 건축자재 전문기업인 까닭이다.
그런 KCC가 요즘 확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와 접점을 크게 늘리며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중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재계에서 ‘실리콘 맨’으로 통한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10년 넘게 실리콘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건축자재업계 1위를 선점해왔다.
그런 정 회장이 KCC의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소비자 접점 확대하는 KCC
KCC는 오는 31일 첫 방영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에코빌리지-즐거운가(家)’의 제작지원을 한다고 29일 밝혔다. 개그맨 김병만 등 7명의 남녀 연예인들이 농촌에서 집을 짓고 농촌생활을 경험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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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진 KCC 회장 |
KCC는 창호와 단열재, 석고보드, 바닥재, 페인트 등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친환경 건축자재를 프로그램 제작에 지원한다.
KCC는 이달부터 TV 및 극장광고도 내보냈다. ‘당신의 손이 닿는 가까운 곳 어디에나 KCC의 제품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고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실현하는 KCC의 기술과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중이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KCC의 광고는 15초나 30초 짜리 일반 TV광고와 달리 2분짜리다. KCC는 올해 1분기 광고비로만 65억여 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가 늘어난 액수다.
소비자 접점을 크게 늘리며 그동안 B2B(기업간 거래) 기업 이미지를 벗고 B2C(소비자 판매)로 사업영토를 늘리려는 것이다.
KCC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30여 곳에 홈씨씨인테리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KCC가 최근 문을 연 인천점은 전체 면적이 490㎡로 국내 최대의 쇼룸이다. 트렌디 모던, 소프트 발란스, 오가닉 네이처 등 3가지 컨셉트에 맞춰 생활공간이 꾸며져 있다. 단순한 건축자재 전시관이 아닌 인테리어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 투자의 귀재 정몽진의 고민
KCC가 이처럼 소비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까닭은 성장정체에 대한 고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축자재 수요가 줄어 KCC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KCC는 건자재·유리·염화비닐수지(PVC) 제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 최대 종합건자재회사로 매출의 85%가 페인트를 포함한 건축자재 부문에서 나온다.
KCC의 고민은 또 있다. 범 현대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KCC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 페인트 자재 등을 공급하며 수익을 내왔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들 회사의 실적부진은 그대로 KCC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정 회장이 그동안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실리콘사업도 양날의 검이다. 정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으로부터 2000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취임 후 실리콘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열정을 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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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가 8월부터 내보내고 있는 기업이미지 광고 |
정 회장은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석유화학제품이 누리던 지위를 실리콘이 차지할 것”이라며 실리콘이 미래 KCC를 먹여 살릴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10년 넘게 공을 들였지만 실리콘 업황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 때문이다. 정 회장으로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 월가의 투자귀재 워런 버핏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투자대박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제 때 잘 팔고 잘 샀다. 2012년에만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주를 팔아 6972억 원을, 그리고 만도 지분 전량으로 6370억 원, 현대차 주식으로 2397억 원을 확보했다.
그는 풍부한 투자재원을 확보한 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지분도 인수해 현재 2대주주에 올라있다. 그 덕분에 지분가치로 지난 5월말 기준 주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상장을 추진중인데 그 덕을 가장 많이 볼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 정몽진 회장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정 회장은 투자에서 번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시키며 성장 돌파구를 모색중이다. KCC가 소비자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