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서울대병원에 이어 중동에 진출한다.
성모병원과 길병원도 연내에 진출을 추진하는 등 국내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중동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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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 |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 의료인력의 해외유출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은 2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에 뇌조직은행과 아바타시스템을 수출하는 본계약을 다음달 맺는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1차적으로 뇌조직은행을 KFMC에 설립하고 2단계 아바타시스템 구축, 3단계 본격적인 연구개발사업까지 1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KFMC와 삼성서울병원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마흐무드 알 야마니 KFMC 원장은 “한국의료시스템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췄다”며 “삼성서울병원의 뇌신경과학 기술도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우리나라와 사우디 정부가 추진한 ‘쌍둥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지난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압둘라 알라비아 사우디 전 보건부 장관이 만나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사우디로 이전하는 데 합의하고 민간분야 협력을 도모해 왔다. 그동안 가시적 성과가 없었는데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의 사우디 진출 계약으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가천대 길병원도 KFMC와 1500억 원 규모의 뇌과학연구센터 수출 본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쌍둥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길병원의 뇌과학연구센터를 그대로 옮겨 구축하는 것”이라며 “곧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의 중동진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쌍둥이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3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왕립병원 위탁운영계약을 맺었다. 서울대병원은 5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예산을 받아 병원을 운영한다.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 해외진출 중 최대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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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 |
서울성모병원은 다음달 본계약을 맺고 UAE 민간보건의료서비스 지주회사인 VPS에 한국형 검진센터를 수출한다.
한국형 검진센터가 중동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투자규모는 4천억 원으로 서울성모병원은 센터 설립과 의료기술을 총괄하게 된다.
UAE정부는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29억 달러를 투입해 100여 개 병원 신축을 추진중이다. UAE 국민 95%가 국가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진료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중동 의료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병원들의 진출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중동 의료수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중동시장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병원들의 해외진출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창조경제 모델로 정부가 육성중인 의료관광산업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진출 병원들이 국내 정상급 병원들인 만큼 고급 의료인력 유출로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당장 서울대병원 노조는 25일 성명서를 통해“서울대병원이 UAE왕립병원 운영을 위해 숙련 의료인력을 대규모로 유출할 것”이라며 “대체의료인력 충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의료공백 및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