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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이미지. |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마스터’가 흥행독주하고 있다. 개봉 9일 만에 400만 관객을 가뿐히 넘겼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흥행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새해를 맞는 주말에도 마스터가 압도적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영화는 개봉8일째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영화 ‘베테랑’ 등 기존 흥행작들과 유사한 흥행속도를 보여 흥행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올해 극장가에서 1천만 영화는 ‘부산행’이 유일했다. 지난해 ‘암살’과 ‘베테랑’이 쌍천만 영화기록을 세운 것에 비하면 독보적 흥행기록을 세운 셈이다.
‘대작=1천만 영화’ 공식이 깨진 것은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정영화가 흥행기록을 세운 데는 나름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 특정영화의 관객독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흥행작 위주의 편성이 극장가에서 사라져야 좋은 영화들도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문화활동 혹은 문화인들에게 특정 정치권력이 외부에서 강제하고 이를 통해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자기검열의 내면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훼손되는 순간 문화는 곧 사망선고를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톱스타급 배우를 내세우면 대규모 투자가 원활해지고 관객들 역시 발길이 쏠리는 것도 자본권력이 낳은 기형적 문화구조에 다름아니다.
그런 점에서 제작규모가 적은 다양성영화의 선전이 꾸준한 것은 언제나 반갑다.
연말 개봉작 가운데 주목할 만한 다양성영화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업 포 다운’을 꼽을 만하다.
80세 거장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개인적으로 2번째로 영광을 안았다.
평단의 뜨거운 호평 속에 전국관객 5만 명을 넘겼다. 관람객들 사이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폭풍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등 호평 속에 재관람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관련 주요 사이트에서 네티즌 평점이 무려 9점대 후반, 인색하기 짝이 없는 전문가 평점도 8점대 중반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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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업 포 러브' 포스터. |
영화는 평범하고 가장 가까운 영웅의 이야기로 따뜻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에 사는 평범한 목수 블레이크의 삶을 통해 시장경제와 획일화한 복지시스템의 폭력성을 비판한다. 신자유주의 아래 가려진 빈곤과 불평등,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이토록 가슴 절절하게 담아낸 영화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이틀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나’는 ‘우리’로 읽히는 것이 마땅하다.
프랑스영화 ‘업 포 러브’는 흔한 로맨틱코미디지만 또 다른 지점에서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그랑블루' '언터처블: 1% 우정' 등을 제작한 프랑스 대표 스튜디오 ‘고몽’이 제작한 영화다.
건축가 알렉상드로(장 뒤자르댕 분)는 말 그대로 성공한 완벽남이지만 136cm의 단신이다. 그의 앞에 176cm의 늘씬한 미녀 변호사 디안(버지니아 에피라 분)이 나타나면서 ‘밀당’이 시작되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는 이야기다.
키 차이 자체만으로도 역설적이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따뜻하고 착한 영화다. ‘작업남’의 정석을 보여주는 남자주인공의 마법같은 비법도 막 연애를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좋은 힌트가 될 법하다.
영화는 유쾌하고 편하게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데 사랑에 수반되는 사회적 생리적 편견, 타인의 시선에 갇힌 욕망 등을 돌아보게 만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