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업은행 노동조합에서 제기한 성과연봉제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기업은행 근로자에게 무조건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김용대 부장판사)는 2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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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27일 기업은행 노조에서 제기한 성과연봉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사진은 2016년 5월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16년 금융공기업 1차 산별공동교섭'에서 금융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시스> |
법원은 결정문에서 “성과연봉제 규정의 개정을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결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94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을 하게 될 경우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성과연봉제 도입은 여기에 무조건 해당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이 이전보다 임금액이나 임금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지침이 기업은행에 어느 정도 구속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기업은행 노조가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직원들이 당장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본안소송에서 성과연봉제가 무효로 확인되면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 지급했어야 할 임금과 실제임금의 차액을 직원들에게 내줄 자금력이 있다”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직원들의 생계에 중대한 지장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기업은행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직원들이 입을 수 있는 손해가 성과평가 최하등급의 경우 기존 연봉의 4% 정도인 반면 직원들의 연봉이 성과급을 제외하고 최소 8천만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가처분신청 결과발표 직후 낸 성명서에서 “금융위가 기업은행 등에 성과연봉제를 2018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점이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가 가처분신청 판결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판결에 개입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14일 기타공공기관인 기업은행·KDB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에 공문을 보내 성과연봉제를 2018년부터 실질적으로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바뀐 평가기준으로 직원들의 내년 성과를 평가한 결과에 맞춰 2018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법원이 기업은행 노조의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다른 금융공공기관 노조가 제기한 소송과 가처분신청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조 등이 기업은행과 같은 이유로 성과연봉제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함께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