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내년부터 PC용 메모리반도체의 매출비중을 낮추고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등 공격적인 사업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업황개선에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는데 마이크론이 다시 공급과잉을 주도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실적개선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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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더칸 마이크론 CEO. |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D램의 수요증가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지만 반도체기업들의 공급증가폭은 더 크다”며 “특히 마이크론의 출하량이 내년에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마이크론의 D램 공급증가율은 31%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 정도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도 올해 25%에서 내년 2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D램시장에서 마이크론과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자연히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이 기존에 PC용D램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를 자동차와 서버용D램 중심으로 대폭 바꿔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 더칸 마이크론 CEO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서버와 자동차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며 신산업 반도체에 역량을 더 집중하겠다”며 “기술력과 생산능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 2017년 1분기(올해 9~11월)에 매출 14억7천만 달러, 영업이익 4억3800만 달러를 냈다. 영업이익은 이전분기보다 564% 급증했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PC용D램에 의존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D램 업황악화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PC용D램 수요가 가장 빠르게 둔화해 점유율도 하락했다.
하지만 이전에 20% 초중반대에 머물던 마이크론의 모바일D램 매출비중은 30%에 가깝게 올랐다. 서버와 자동차 등 신산업분야 D램 비중도 40%를 넘으며 체질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이 실적과 사업전략을 발표한 뒤 주가는 하루만에 11.4% 급등했다.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 가능성에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송 연구원은 내년에 PC용D램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모바일과 서버용D램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이 시장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는 줄어들게 된다.
마이크론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공급과잉을 이끌 경우 D램 업황이 올해 초와 같이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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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D램의 20나노 미세공정전환에 주력해 원가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인 성과를 보고 있다.
송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20나노 D램 생산비중이 증가하며 내년 2분기부터 D램 가격상승이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조사들의 재고조정도 예상돼 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불확실성을 의식해 D램 생산시설에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을 더 확대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반도체 전체 영업이익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의 경우 58%, SK하이닉스는 77% 정도로 추산된다. 마이크론에 추격을 허용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송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낸드플래시사업의 성공이 미지수인 만큼 내년 D램업황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마이크론의 빠른 성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