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기후변화가 경북 산불 가능성 2배 높여, 온난화 지속되면 추가 2배 올라"

▲ 세계기상특성(WWA)이 2025년 3월 한국의 산불 발생 가능성을 시각화한 모습. 색이 진해질수록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인데 경상북도 산불이 발생한 3월22일에 경북 지역 위험도가 특히 높았다. <세계기상특성>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기후변화 영향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기상특성(WWA)은 1일 한국 부산대, 전북대 등과 함께 올해 한국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발생한 화재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기상특성은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간 기후연구단체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 등과 공식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산불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비교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은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실제 세계의 기상 조건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으로 건조해지고 더워진 날씨가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2배 키우고 강도는 15%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3도 오른 현재 이번 3월과 같은 조건은 약 34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기온이 더 오른다면 발생 확률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현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이번과 같은 산불 발생 가능성은 2배, 강도는 5%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프레데리케 오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선임 강사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제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을 두 배 높인 기상 조건은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3월 한 달에만 한국 국내에서 산불로 연소된 면적은 약 10만4천 헥타르에 달했다. 이는 과거 연간 최고 산불 면적 2만5천 헥타르를 기록한 2000년, 2022년보다 약 4배나 넓은 수준이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원래 우리나라는 3월과 4월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비가 적게 내리며 화재가 터지기에 최적의 조건이 발생했다"며 "또 국내에서는 자연적 조건보다도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발화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오 키핑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산불연구센터 연구원은 "먼저 한국 같은 경우에는 산림이 많아 거주 구역과 산불이 발생하는 곳이 매우 가깝다"며 "이 때문에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화선 설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또 시골 지역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며 "이들이 산불에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 이동을 도울 수 있는 관련 방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