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분기 호실적을 내며 2025년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올해는 진 회장 첫 번째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로 평가된다. 지금과 같은 실적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진 회장의 연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 올해 실적 '첫 단추' 제대로 채웠다, 진옥동 '의무론' 옆에 끼고 연임 가도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1분기에 실적에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25일 인터넷으로 생중계 된 신한금융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는 양호한 실적과 향후 주주환원 확대를 향한 신한금융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신한금융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1조4883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12.6%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애초 1조3천억~4천억 원대 순이익을 예상했는데 1조5천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린 것이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주주환원 확대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분(CET1)비율은 13.27%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보다 0.21%포인트 개선됐다.

신한금융은 더욱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하며 올해 보통주자본비율 관리목표를 기존 13%에서 13.1%로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잘 관리된 위험가중자산(RWA)과 안정적 순이익을 바탕으로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개선됐다”며 “기존에 설정한 2027년까지 밸류업 목표는 유지하되 기업가치 제고계획 달성에 원년이 될 2025년 계획을 (상향)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질의응답에서 보통주자본비율 관리목표를 인상한 것을 놓고 “내부적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진옥동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적이 중요한 해로 평가된다.

진옥동 회장은 2023년 3월 3년 임기로 회장에 올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사실상 올해가 첫 임기의 마지막 해인 셈이다.

현재 실적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신한금융은 올해 사상 최대인 5조 원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에 따라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임이 결정되기 직전 연도 실적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과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 1분기 실적을 통해 진 회장이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의 불씨를 살려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KB금융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1분기 순이익 1조6973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애초 1조5천억 원을 바라보던 시장의 전망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날 신한금융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면 리딩금융 탈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었는데 신한금융 역시 단단한 실적을 내면서 하반기 역전의 불씨를 남겨 놓은 것이다.

진 회장은 향후 비은행사업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이 1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신한은행이 순이익 확대를 이끌면서 비은행사업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신한금융의 1분기 비은행사업 비중은 29.1%로 집계됐다.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의 순이익이 크게 줄면서 1년 전 34.5%과 비교해 5.4%포인트 하락했다.
 
신한금융지주 올해 실적 '첫 단추' 제대로 채웠다, 진옥동 '의무론' 옆에 끼고 연임 가도로

▲ 천상영 신한금융 CFO가 25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신한금융 유튜브> 


내부통제 강화도 진 회장이 계속해서 챙길 과제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도 4대 금융을 포함한 금융권의 금융사고는 계속되고 있는데 금융사고는 대규모 1회성비용을 발생시켜 언제든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진 회장은 올해 신한금융 경영슬로건을 ‘고객중심 일류신한 후마니타스, 코뮤니타스(Humanitas, Communitas)’로 정했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쓴 ‘의무론’에서 영감을 받은 슬로건으로 인간의 의무(후마니타스)인 훌륭함을 바탕으로 공동체(코뮤니타스)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금융인의 의무, 공동체 이익을 위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다.

진 회장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올해 초 진행한 1박2일 경영포럼에서도 재무목표를 공유하고 한 해의 전략방향을 논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오로지 ‘의무’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의무론을 옆에 두고 종종 펼쳐본다고 한다. 진 회장은 3월 말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의무론’을 다시 펼쳐 봅니다. 중간쯤에 접혀 있는 페이지를 열어 보니 ‘신의는 말한 바를 실행함에서 비롯된다’는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해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했고 신한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실행으로 보여드릴 차례입니다. 2027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주주환원율 50%, 주식수 50백만 주 축소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가겠습니다. 2024년의 꿈을 2027년의 현실로 만들겠습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