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이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리점법을 적용받게 돼 보험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보험대리점과 관계가 제조업계와 다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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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부터 시행되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시행령을 보험대리점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대리점법은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특정 물품 구입 강제,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제공, 경영활동 간섭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대리점법은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소위 '갑질'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양유업 사태는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한 영상이 알려진 뒤 밀어내기식 물량 넘기기와 비윤리적 관행 등 기업의 악덕관행으로 여론의 비판이 확산된 사건이다.
보험회사들은 보험대리점에 대리점법이 적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보험상품에는 재고물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와 대리점 사이의 관계처럼 본사의 부담을 보험대리점에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보험대리점이 제조업 대리점과 달리 보험사와 대등한 위치이거나 오히려 우월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보험대리점에 소속된 보험설계사 수는 9월 말 기준으로 21만2천 명에 이르는데 보험회사에 속해있는 보험설계사 수보다 1만2천 명 많은 수준이다.
전체 보험사의 보험료 가운데 보험대리점을 통한 보험료는 37.8%로 판매채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대리점의 판매실적에 따라 보험사의 실적이 좌우될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의 특수성을 감안해 은행업과 증권업에는 대리점법을 적용 안하기로 결정하면서도 보험대리점은 포함했다.
공정위는 대리점법의 취지가 대리점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인 만큼 보험대리점에 대리점법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보험대리점이나 개인 보험대리점의 경우 보험회사와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리점법이 적용되면 보험회사와 보험대리점의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대리점은 판매만 맡고 보험계약 관리는 보험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보험사가 보험대리점에게 보험계약 관리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할 경우 이는 경영활동 간섭 등에 해당될 수도 있다.
또 대리점법은 본사가 대리점에게 판매 목표를 강제하지 않도록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체 보험상품의 판매실적에 따라 성과금을 제공하고 있어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보험대리점이 사무실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을 보험사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공정위는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이것이 대리점법을 두고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제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