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내년에 조선업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발주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조선3사가 실적부진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주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어 경영정상화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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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는 최근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며 수주절벽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8일 그리스의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그룹 자회사 마란가스로부터 17만3400㎥ 규모의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1기를 수주했다. 무려 다섯달 만에 따낸 신규수주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최근 수주에 연달아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이란 국영선사 ‘이리슬(IRISL)’과 모두 10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노르웨이 발주처와 1조 원에 이르는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최근 해양플랜트 발주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라 몸을 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원유를 생산하기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노르웨이 석유회사인 스타토일과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 등은 내년에 해양플랜트 발주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발주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황산화물 배출량을 규제하기로 하면서 친환경선박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선박의 교체시기와 맞물려 친환경선박 발주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조선3사에게 악재도 여전하다. 조선3사가 기존에 확보해둔 일감의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의 정유기업 셰브론으로부터 2013년에 수주한 2조1570억 원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1기 공사계약이 해지됐다.
삼성중공업도 유럽 선사와 체결한 LNG-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건조계약이 3차례나 연장된 끝에 결국 해지됐다.
두 건 모두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두 회사가 직접 입은 손해는 없지만 잇따른 계약해지로 일감부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조선사들은 11월에 수주잔량 2046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13년6개월 만에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에 현대중공업그룹은 890만6천 CGT, 대우조선해양은 682만CGT, 삼성중공업은 408만4천 CGT의 수주잔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수주잔량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4.4%, 대우조선해양은 17.3%, 삼성중공업은 18.9% 감소했다.
수주난으로 수주잔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보했던 일감까지 떨어져 나가면서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일러 보인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의 불확실성에 따라 발주계획이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계약해지 등 악재도 잇따르는 만큼 여전히 조선3사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