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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자라 매장 앞에서 시위하고있다. |
의류의 기획과 디자인, 제조와 유통 등 전 과정을 맡는 SPA 브랜드는 흔히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불린다.
유행에 맞추기 위해 평균 2주마다 신제품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옷값도 저렴하다. 사람들은 SPA 브랜드에서 쉽게 옷을 구매하고 쉽게 버린다.
문제는 버려진 옷들이 저절로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옷을 소각하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토양을 오염시켜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
옷을 만들 때도 문제다. 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만드는 데 드는 많은 에너지와 다량의 오염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남후남 강동대학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SPA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해 옷을 쉽게 사고 버리는 문화를 조성한다”며 “이런 패션문화는 기후까지 변화시킨다”고 지적한다.
◆ 그린피스의 경고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2010년 글로벌 SPA 회사들을 겨냥해 ‘더티 론드리’(Dirty Laundry)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의류를 생산할 때 흘려보내는 오염수가 사람들의 호르몬체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제품을 염색하거나 가공할 때 사용하는 환경 호르몬 유발물질에 대해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자라(ZARA)는 즉각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독성물질을 내포한 유해 화합물 사용을 전면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라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텍스(Inditex)의 파블로 이스라 회장은 지난해 기업연례 총회에서 “우리는 오염수를 재활용하는 정화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앞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 물 사용량을 50% 줄이고 전기를 30% 덜 쓰는 등 지속가능한 생산시스템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SPA 브랜드들은 규모가 작다 보니 그린피스의 관심을 피해가 경고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기업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필연적으로 버려지는 소비재의 경우 대부분 폐기물 부담금 제도 등을 통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물려 재활용 비용을 충당하도록 돼있다”며 “SPA브랜드를 운영하는 대기업도 환경개선 부담금을 책임지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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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클로의 리사이클 캠페인 포스터 |
◆ 헌 옷 수거에 대한 두 시각
유니클로는 리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회수한 중고의류를 모아 세계 25개 지역 난민캠프에 전달한다.
김창남 유니클로 마케팅팀장은 “좋은 옷을 생산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사용 후 버려지는 제품까지 유니클로에서 책임지고 재활용해 마지막 단계까지 제품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리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제품을 회수해 선별단계를 거친다. 이런 과정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의류는 유엔 난민기구를 통해 네팔과 에티오피아 등 빈민국에 보내진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헌 제품은 단열재로 재활용된다. 오염이 심해 단열재로도 쓰이지 못하는 헌 제품은 발전용 연료로 쓰이게 된다.
또 다른 SPA 브랜드인 H&M 역시 헌 옷을 수거하는 활동을 벌인다. 쇼핑백에 헌 옷을 채워오면 5천 원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H&M 관계자는 "매장별로 평일에 하루 평균 5명, 주말에 15명 정도가 헌 옷을 들고 온다"며 “두 개 매장에서 10달 동안 수거된 헌 옷이 2500kg이나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헌 옷 수거에 대해서도 비판은 제기된다.
한 환경보호 운동가는 “쓰레기를 들고오면 아프리카에 대신 버려준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문제는 기업들이 적극적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구매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옷 수거에 할인쿠폰을 주는 것은 환경보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