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시흥캠퍼스 조성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을 맞았다. 성 총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며 성 총장이 추진해 온 시흥캠퍼스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8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과 박 정권이 간택한 성낙인 총장은 모든 정당성을 잃었다”며 “이에 따라 성 총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 총장이 서울대에서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장뿐 아니라 서울대 이사회 인사 14인 중 학외이사 7명은 노골적인 친박”이라며 “이사회가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해 독단적으로 학내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1일부터 총장 불신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총장 선출에 개입한 다른 국립대학들과 연대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성 총장은 2014년 서울대학교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에 올랐다. 당시 성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2순위를 받았음에도 이사회에서 1순위 후보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당시 이와 관련해 학교 안팎에서 말들이 많았다.
성 총장은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영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있었던 기간(1980~1988년)과 일정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총장 인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많았으나 소문만 무성하고 확인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2014년 6월15일 업무일지에 ‘서울대 총장 역임(逆任)’이라는 문구가 알려지게 됐다. 역임은 거슬러 임명한다는 의미로 1순위와 2순위가 뒤바뀐 서울대 총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
|
|
▲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
이 때문에 성 총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잖아도 성 총장은 박정희 기념사업 참여와 보직인사 청탁 의혹 등으로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낙하산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성 총장에 대한 학교 안팎의 신뢰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성 총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사업도 추진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흥캠퍼스를 두고 성 총장과 대립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명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학교가 2007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이지만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성 총장 취임 이후 탄력을 받았다. 성 총장은 올해 8월 시흥시, 한라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독선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대학 기업화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10월10일부터 60일째 서울대 행정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 총장이 시흥캠퍼스에 반대한 학생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양쪽의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성 총장은 학생들을 설득하겠다며 11월22일 긴급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