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다시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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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기 반울림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협상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이종석)는 21일 황상기씨 등 삼성 반도체 피해 유족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황상기씨는 황유미씨의 아버지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재판부는 황유미씨, 그리고 황씨와 같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모씨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와 이씨가 습식식각 공정중 세척작업을 하면서 벤젠 등에 노출됐거나 작업중 방사선에 노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5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발병으로 2005년 사망한 황모씨를 비롯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림프종 진단을 받아 투병중인 김모, 송모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유해물질에 일부 노출됐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 때문에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업무와 재해발생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인과관계의 존재는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유미씨는 2003년 10월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04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확산 및 습식식각 공정업무를 담당하다 2005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듬해 사망했다.
황씨 유족을 비롯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유족 및 투병 근로자들은 "삼성반도체 업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유족보상금과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기흥3라인에서 근무한 황유미씨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올림은 이날 "이번 판결은 2011년 6월23일 서울행정법원이 황유미씨와 이숙영씨에 대해 산재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3년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내려진 소중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패소한 원고들도 삼성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린 게 맞다"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입증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측 이종란 노무사는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들의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패소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직업병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재판결과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회사는 이미 아픔을 겪은 가족에 대한 사과, 보상, 예방노력을 약속한 만큼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백혈병 피해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양쪽은 지난 13일 6차 대회를 열어 보상 대상자 범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업장 근로환경 안전실태 종합진단 실시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