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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농성중인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만나 단식중단을 권하고 있다. |
“단식 3일째, 광화문광장에 비가 많이 내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21일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의 한복판에 섰다. 유가족과 함께 동조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안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이 세월호특별법으로 표류중이어서 문 의원의 진정성이 세월호 정국을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유가족 함께 동조단식
문재인 의원이 지난 19일부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 의원은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와 함께 단식중이다. 김씨는 21일 3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 의원은 앞서 김씨에게 대신 단식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문 의원은 김씨와 함께 단식농성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유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기에 고통이 요구된다면 그 고통을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저는 단식에 들어간다”고 단식투쟁에 동참하는 이유를 밝혔다.
문 의원은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이 협상을 벌이는 정국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5일 이후 1주일 가깝게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세월호 관련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몇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빈도수가 눈에 띌 정도로 잦아진 것이다. 그 만큼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과 관련해 할 말이 많다는 뜻이다.
문 의원은 지난 19일 “유족들이 지나친 것이 아니다. 유족들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다”며 “대신 특검이라도 괜찮은 분이 임명될 수 있게 하자는 상식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8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최소한의 참회”라며 “여야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족들 동의”라고 유가족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 문재인의 진심, 세월호 정국 구해낼까
문 의원이 이처럼 세월호 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야권이 구심점을 잃고 표류중인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재보선 참패 후 박영선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비대위체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아직 당내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과 세월호특별법에 합의를 이끌어낸 뒤에도 당내에서 반발과 재타협 요구가 이어지는 등 ‘박영선 흔들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 의원은 12일 “세월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 만들기, 당연히 집권여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하며 박 위원장 감싸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흔들리는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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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단식 농성장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문재인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새누리 “국회로 돌아오라”
문 의원의 유가족 동조 단식농성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박영선 위원장을 두둔하며 문 의원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의원에게 단식농성을 그만두고 여야 합의안을 준수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이 박영선 지도부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의원에 대해 “참여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까지 했고 야당 대선후보였다”며 “세월호특별법으로 우리사회 전체가 갈등을 겪는 동안 보이지 않다가 여야가 어렵게 합의에 도달했는데 그 순간 동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김무성 대표도 “여야 타협의 정치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본인이 속한 지도부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돌이켜봐야 한다”고 동조했다.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문 의원의 단식농성 참여에 대해 이견이 엇갈린다. 김영환 의원은 21일 라디오방송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검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 야권, 구심점으로 재등장하나
새정치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당내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다. 박 위원장은 아직 ‘특급’ 구원투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 빠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열어 쇄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의원의 최근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문 의원의 단식농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그가 정치권의 중심에 재부상한 것은 분명하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그룹의 좌장으로서 문 의원의 입지는 약화되지 않았다.
문 의원이 새정치연합 지도부로 재부상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차기 대권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물론 문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당권주자로 다시 나설지 미지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 의원의 조기등판 얘기가 당 내부에서 나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없다”며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8월 첫째주(4~8일) 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은 19.8%로 16.2%를 얻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