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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 재벌총수 청문회, 일해재단 청문회와 판박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12-06 12: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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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시계가 28년 전으로 돌아갔다.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나와 국회에서 의원들의 호통을 듣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는 것까지 판박이다.

6일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28년 전 군부독재시절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떻게 이렇게 권력과 기업은 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게이트 재벌총수 청문회, 일해재단 청문회와 판박이  
▲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날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했다.

과거 전두환 정권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청문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설립한 일해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재벌총수들이 나왔던 과거로 시계추를 돌린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과 관련해 국회에서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은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1984~1987년에 재벌들로부터 600억 원에 이르는 기금을 모았다.

11월부터 12월까지 한달여 진행된 청문회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류찬우 풍산그룹 회장, 장치혁 고려합섬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부회장 등이 불려나왔다.

이들은 일해재단 모금의 강제성을 주장했다. 일해재단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주영 명예회장은 “기업인들은 유가족을 돕는다는 취지에 찬동 지원했을 뿐”이라며 “정관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재단 설립취지가 변질됐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84년 기금을 모금할 때는 자발적으로 냈지만 기금모금이 계속되자 거부감도 있고 부담이 됐다”며 “이후 기부금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양정모 회장 역시 “(전 전 대통령이)내가 기업을 죽일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했다”며 “분위기상 내지 않으면 안될 정신적 강제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재단모금의 주도적 역할을 한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강제성을 부인하면서 청문회 마지막 날인 12월14일 정 명예회장, 양 회장, 장 실장 3자 대질신문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자금출연이 선의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최순영 회장은 “사회체육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10억 원을 준 것”이라고 말했고 이준용 부회장은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10억 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청문회는 자금모금으로 재벌기업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했다. 이들이 일해재단에 돈을 내고 정부공사 수주,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을 받았다는 의혹은 많았으나 사법절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시 청문회 때 의원들이 기업인들에게 저자세였다는 지적도 많았다.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기업인들을 ‘증인님’이라고 높여 불렀으며 한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정 명예회장에게 “회장님 제가 너무 몰아붙여 죄송합니다”라며 퇴장시 문까지 열어줘 지탄의 대상이 됐다.

기업인들은 오히려 “기업의 모든 행위를 특혜와 연관시키려는 시각은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지체시키는 행위”라며 “준조세를 내지 않아도 괜찮은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역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청문회 때 정주영 명예회장의 발언이 주목받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청문회에서 “국제그룹 해체는 경제원칙대로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그룹은 1985년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영권 3자 인수방식으로 해체됐는데 정치적 목적의 해체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의 발언 파문은 청문회에서 끝나지 않았다. 양 회장은 청문회 두달 뒤인 1989년 2월 국제그룹 해체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결국 1993년 헌법재판소는 국제그룹 해체는 개인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영권 불간섭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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