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행장 선임이 민영화 뒤 과점주주체제의 성공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1일 서울 중구 사옥 대회의실에서 과점주주 7곳과 ‘우리은행 과점주주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을 맺었다.
|
|
|
▲ 이광구 우리은행장. |
과점주주별로 사들인 지분을 살펴보면 IMM PE 6.0%,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이 4.0%씩, 미래에셋자산운용 3.7%다.
예보는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2조4천억 원가량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은 이날 주식 대금을 치렀고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8일, IMM PE는 14일 대금을 납입한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계약체결로 16년 간 최대 현안이었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결실을 맺게 됐다”며 “앞으로 과점주주들은 사외이사 추천 등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점주주 가운데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매입한 IMM PE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5곳이 사외이사 후보 1명을 추천할 권리를 확보했다. 유진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해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한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과점주주 7곳과 새로운 과점주주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행장을 논의하는 만큼 행장 선임과 관련해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곽 사장은 “우리은행의 잔여지분 21.3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핵심적인 사안에 최소한의 역할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적 사안’과 ‘최소한의 역할’이라는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이 과점주주체제 자율경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점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임기가 끝나는 이사 등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새 이사진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7명, 비상무이사 1명으로 이뤄져 전체 이사진 10명 가운데 과점주주측 인사가 5명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
|
▲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과점주주들의 신임을 얻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광구 행장이 우리은행의 순이익을 늘린데다 민영화 성공에도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민영화 성공을 조건으로 임기를 3년에서 2+1년 체제로 바꾸기도 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예보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압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박근혜 게이트로 힘을 잃고 있다.
다만 이 행장이 박근혜 정권에서 ‘서강금융인회(서금회)’라는 배경으로 우리은행장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과점주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정국 속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은 낙하산 인사와 이 행장의 연임, 새로운 후보의 추천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차기행장 선임을 놓고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점주주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