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를 쪼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겨냥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조 원이 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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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일 국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추진하기로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 지배구조개편을 겨냥한 법안이 발의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일정기간 보유한 주식을 강제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은 이뿐만 아니다.
분할 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 등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하기 전에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고 유예기간없이 바로 시행되면 삼성전자가 떠안을 손해는 막대하다. 특히 자사주 소각이 강제로 이뤄지면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한 시나리오는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인적분할에서 핵심은 자사주다. 현재 삼성전자는 12.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사업회사의 신주가 배정돼 투자회사가 사업회사 지분 12.8%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 뒤 삼성물산(지분 4.2%)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7%를 보유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배정받은 사업회사 신주를 합병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사업회사 지분은 21%까지 올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 20%를 채울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추가적인 자금을 넣지 않더라도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고 지배구조개편을 진행하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합병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은 4.9%에 그친다. 오너일가 지분을 현물출자해도 채 10%가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지분을 10% 이상 더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합병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공개매수하거나,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분할비율을 1:4 정도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를 현재 삼성전자 기업가치에 적용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를 확보는데 20조 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지출을 막으려면 신주를 발행해 공개매수 지분과 맞바꾸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것은 대주주 지분이 희석되므로 당초 지배구조개편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과 맞바꾸는 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래저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셈이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회로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법제사법위원회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심사할 정무위원회 모두 야당의원이 더 많다. 야당이 손잡고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에 상정해서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밝히면서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겨둔 대목도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게 다행인 점은 이런 법안들이 국회를 당장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박근혜 게이트로 탄핵 등에 신경을 쏟고 있어 각종 법안은 뒷전에 밀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