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알짜자산인 롱비치터미널 매각이 예상보다 고전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관계자는 29일 “비공개로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몇곳에서 가격제안서를 제출했고 추가로 가격제안서를 받은 뒤 우선협상권을 지닌 대한해운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MSC에 인수 의향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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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관하고 있는 법원은 롱비치터미널 지분의 매각주간사로 미국 투자자문사인 제프리를 선정하고 비공개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대상은 한진해운의 미국 자회사인 TTI가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의 자산 중 알짜자산으로 꼽혔다. 하지만 높은 부채와 운영비 부담, MSC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탓에 매각이 예상과 달리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롱비치터미널 터미널을 소유하고 있는 TTI의 부채는 6243억 원이었다. 자산은 2564억 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차입금 규모는 2895억 원이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뒤 롱비치터미널의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TTI의 매출도 줄었다. TTI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47억 원이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114억 원으로 떨어졌다.
롱비치터미널의 지난해 물동량은 197만 TEU로 롱비치지역에 있는 항만 중 가장 많았다. 큰 규모만큼 1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운영비가 드는 점도 인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할 경우 물동량 회복하는 일도 쉽지 않아 한동안 적자가 쌓이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MSC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인수 후보들이 적극 나서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 매각 절차는 대한해운의 우선협상권과 MSC의 우선매수권이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면서도 “최종적으로 MSC의 인수 여부에 따라 주인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애초 롱비치터미널 매각가격은 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봤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대한해운과 현대상선마저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나온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우오현 그룹 회장이 롱비치터미널 터미널 인수에 부정적인 뜻을 밝히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선협상권을 보유한 만큼 제시된 가격 등을 보고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과 금융권에서도 몇곳이 현재 롱비치터미널 지분의 가격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 항만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등 물류거점 확보와 원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현대상선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라며 “하지만 5억 달러가 넘는 순부채와 1천억 원 수준의 연간 운영비 소요 등 추가 부담도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