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과 달리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이어서 삼성그룹처럼 대대적인 지배구조개편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며 “순환출자 해소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라는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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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기존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할 것을 규정하는 경제민주화법안의 입법 움직임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움직임 속에서 현대차그룹도 곧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 대주주 지분의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인 내년 2월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의 승계 자금줄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보호예수가 끝나면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일부를 팔아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정 부회장 입장에서 다른 지배구조개편 방식보다 적은 돈을 들이면서 순환출자해소와 지배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윤 연구원은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순환출자고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고리를 끊어내는 데 드는 금액은 4조1천억 원 정도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주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비용은 1조2천억 원 수준에 그쳐 인적분할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지분가치는 2조8천억 원에 이르는데 일부만 팔아 현금으로 확보해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주회사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
윤 연구원은 “이렇게 하면 정 부회장이 개인돈으로 지주사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라 논란도 적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 모비스, 기아차 등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과제로 남는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개편 후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펼칠 가능성도 있다.
윤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배당성향은 10.7%로 글로벌 경쟁사를 비롯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계열사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지배구조개편 이후 배당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현대모비스는 사업적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장부품,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에 있다”며 “현대차그룹도 이런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성장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삼성이 전장부품사업을 신사업으로 내세우듯이 정의선 부회장도 3세 경영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전장부품사업의 효율화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효율화 측면에서 현대케피코와 현대오트론 등 계열사를 현대모비스 아래로 모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