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찬성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거래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수사강도를 높이면서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첫걸음이었는데 그 과정이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삼성그룹은 앞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데 명분을 상당부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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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검찰이 23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결정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이면서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체제 전환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체제로 가기 위한 지배구조개편의 첫 단추나 마찬가지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기업가치가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에 불리하게 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일모직 지분율이 높은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투자자문기관도 당시 합병에 반대를 권고했고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 주주들과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경우 지분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볼 것이 예상됐는데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계기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지분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경영권 승계에서 가장 큰 고비를 넘겼던 셈이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는 삼성그룹에서 절실한 현안이었고 그룹 수뇌부가 모두 나섰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기금의 출연,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 등의 대가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첫걸음부터 결코 씻을 수 없는 범죄의 결과라는 주홍글씨가 찍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계열사의 두축으로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지배구조를 구축하려는 발걸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제 삼성화재 지분만 사들이면 금융지주사가 될 준비를 마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쪼개져 지주부문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됐고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이 사안이 앞으로 특검에서도 계속 수사대상에 오를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추진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러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들어 공익법인이 보유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회사분할 시 분할하는 회사가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 분할된 시설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개편에 부담을 안길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발의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지배구조개편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