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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부 사장(오른쪽) |
백색가전 업계의 ‘공룡’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수기시장을 넘보고 있다.
두 업체는 최근 냉장고에 정수기를 결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물 맛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정수기업체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냉장고와 정수기가 융합한 새로운 제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본다.
◆ 인기몰이하고 있는 ‘정수기 냉장고’
최근 LG전자는 지난 6월 출시한 ‘디오스 얼음 정수기 냉장고’의 월 판매량이 3천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기존 냉장고와 얼음정수기를 결합한 제품으로 가격이 약 500만 원에 이른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부사장)은 “‘디오스 얼음 정수기 냉장고’가 인기를 끌며 여름 대표 가전으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도 LG전자만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으로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정수기 기능을 강화한 ‘정수기 냉장고’라는 새로운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에도 정수기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있었지만 LG전자의 제품은 정수기 기능을 그대로 냉장고에 추가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스파클링 냉장고’로 대응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정수기능뿐 아니라 정수된 물을 탄산수로 바꿔 마시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제품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의 탄산수 제조업체인 이스라엘의 ‘소다스트림’과 손잡았다.
삼성전자의 제품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최고급모델인 ‘셰프컬렉션’의 경우 지난 6월 국내 출시 100일 만에 5천 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4월 국내 판매 1천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 틈새시장 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백색가전시장의 전통의 강자들이 정수기 탑재 냉장고를 연이어 출시하는 데 대해 정수기업계의 반응은 정수기시장의 판세를 뒤엎기는 역부족이라고 바라본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기존 업체들이 오랫동안 국내 정수기시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수기업체들과 정면대결을 벌이기보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노린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정수기와 냉장고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신혼부부나 공간을 절약하고자 하는 특정 소비자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장조사 결과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60%가 정수기 구매 의사가 있다”며 “다만 이들 상당수가 공간부족을 이유로 구매를 주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정수기 냉장고가 비용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은 “정수기 냉장고는 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쓸 때보다 전기료를 약 19% 아낄 수 있다”며 “또 정수기 렌탈비를 고려하면 구입비용도 14%나 저렴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탄산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탄산수가 소화촉진과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수만 찾던 국내 소비자들도 점점 탄산수를 찾고 있다.
탄산수 수요가 늘면서 국내 탄산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0년 75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탄산수시장은 지난해 195억 원으로 두배 이상 커졌다. 업계는 올해 탄산수시장이 최대 35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스파클링 워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능으로 소비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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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스파클링 정수기'(왼쪽)와 LG전자의 '디오스 얼음 정수기'(오른쪽) |
◆ 대응 고민하는 정수기업체
국내 정수기업계는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정수기 냉장고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웨이의 한 관계자는 “정수기 물맛은 필터에 좌우된다”며 “코웨이는 역삼투압방식이라는 최상급의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파괴력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 가전 공룡이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들어가면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기존 정수기업체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정수기 냉장고를 구매한 고객에게 일반 정수기처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정수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월 1만8900원을 내는 고객에게 두 달에 한 번씩 전문 관리사를 통한 ‘인사이드 케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가입고객은 일반 정수기를 렌탈한 것과 똑같이 필터교체와 수조 소독 등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탄산수시장 공략에 대해선 일부 업체들이 이미 대응에 나선 상태다.
위닉스는 지난 6월 정수기에 탄산수 제조기능을 더한 ‘소다스프레스’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국내 최초 일체형 스파클링 정수기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탄산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기 업계 1위인 코웨이도 지난달 ‘코웨이 스파클링 정수기’를 출시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최근 가정에서도 손쉽게 탄산수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코웨이의 기술력을 통해 탄산수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