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분할되면 노조도 규모 자체가 줄어 힘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동안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고도 큰 규모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앞으로 투쟁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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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 오후 1시부터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18일, 23일, 25일에도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의 분사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분사로 기존 임직원이 받던 연봉체계와 복지혜택이 바뀌는 것은 물론 앞으로 노조의 힘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수만 1만5천여 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국내 노동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큰 규모 덕분에 민주노총 등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고도 회사와 협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만 아직까지 임금과 단체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노조 규모와 무관치 않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하며 20년 무분규 기록을 세웠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도 별다른 잡음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원은 2600여 명,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원은 2500여 명에 그친다.
최근 대표이사로 선임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도 현대중공업의 가장 큰 문제로 노사관계를 지적하며 “현대미포조선에서는 조합이 협조적이었고 인원도 많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좀 커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나뉘면 각 사업장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노조가 뭉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사업장마다 노조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으로 금속노조 재가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최근 12년 만의 민주노총 재가입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12월에 전체 조합원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산별노조 전환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조합원 가운데 보수적 성향의 조합원이 많은 만큼 투표가 진행돼도 산별노조 전환이 가결될지 불투명했지만 분사 결정으로 조합원들이 산별노조 전환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