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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영 여성벤처협회장,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가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주식시장' 개설 및 통합 인프라구축 기념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한국거래소> |
한국거래소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장외주식거래시장(KSM)’을 열었다.
성장사다리의 한 축이 되기 위해서는 등록기업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투자자의 보호와 관련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는 14일 기술집약적인 스타트업에 특화된 장외주식거래시장인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주식시장(이하 스타트업 주식시장)’을 개설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주식시장의 개설은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상장 전 주식유통을 지원해 크라우드펀딩-스타트업 주식거래시장-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37곳이 10일 기준으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주식시장에 주식거래대상으로 등록했는데 이 가운데 26곳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은 업체다.
한국거래소는 스타트업 주식시장에 등록한 기업이 코넥스에 특례상장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한다. 20인 이상이 참여하고 펀딩규모가 1조5천억 원 이상인 등록기업은 지정자문인이 없어도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술집약형 스타트업’의 기준이 모호해 코넥스와 K-OTC 등 기존 주식시장과 충분히 차별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에 상장되는 기업보다 더 초기단계의 기술집약형 기업들이 스타트업 주식시장에 등록하는데 그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외형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기업이라도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앞으로 상장이 예상되는 기술집약적 비상장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위해 창설 초기부터 기술집약적 기업을 잘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망한 업체는 바로 코넥스에 상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만 스타트업 주식시장에 등록해 결국 스타트업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스타트업 주식시장은 기존 장외주식거래시장보다 결제안정성과 거래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코넥스와 같은 상장주식시장이 아니라 다른 장외주식거래시장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이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공시의무가 없는 비상장사의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알고 있는 대표와 직원 등이 이를 활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타트업 주식시장은 코넥스보다 주식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정보비대칭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는 데도 해외의 비상장 주식시장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허용됐다”며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장외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에 어느정도까지 제한을 두는가는 각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며 “스타트업 주식시장은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주식을 유통하기 용이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