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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맹공을 퍼부으며 대선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면서 새누리당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내 박근혜 정권 탄생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새누리당 대표를 맡는 동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눈감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과거를 세탁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 박근혜 넘어 여권 재편 시도하는 김무성
김무성 전 대표는 1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발언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질서있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하야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야당도 헌법 질서대로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모여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한 자리였다. 김 전 대표는 이곳에 모인 비박계 의원 가운데서도 가강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전 대표는 7일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는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과 선을 그으면서 새누리당 쇄신의 중심에 서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고 보고 새로이 민심을 얻기 위해 박 대통령 때리기에 동참했다는 해석이 많다.
만약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기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여권에서 김 전 대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친박계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원외에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원외인사라 자유롭지 못하다.
김 전 대표와 겨룰만한 대선후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도다. 하지만 대선후보로서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를 견주어보면 아무래도 김 전 대표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전 대표는 1996년 신한국당 소속으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6선을 지내고 있다. 서청원(8선) 의원을 제외하면 당에서 최다선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범 작업에 참여했고 사무총장, 원내대표, 당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쳐 당내 지분이 적지 않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20대 총선 전 탈당했다가 다시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내 세력이 미약하다. 특히 경제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시각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맞지 않아 보수세력을 결집하기에 힘에 부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대표가 탄핵을 요구한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비교적 온건한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데는 이런 차이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자산의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와 달리 대통령 탈당도 반대하고 있다.
여권이 끝내 분열하거나 혹은 새누리당이 해체할 경우 보수세력은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김 전 대표가 여권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은 커진다.
이를 위해서라도 김 전 대표 입장에서 박근혜 정권과 선긋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 전 대표가 목소리를 크게 내면 낼수록 쇄신 이미지도 따라붙기에 나쁠 것이 없다.
◆ 지지율 반등세, 역풍 가능성도
민심의 척도인 지지율은 분명히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3.6%를 기록해 반기문 총장, 오세훈 전 시장에 이어 여권에서 3위를 차지했다.
김 전 대표는 잠재적 경쟁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동률을 이뤘으나 유 전 원내대표 지지율이 지난주에 비해 0.5%포인트 내리며 하락세인데 비해 김 전 대표는 0.7%포인트 올랐다. 김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폭은 여야 대선후보 중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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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박 대통령 퇴진과 정국 수습이 계속 야권의 주도로 이뤄진다면 여권을 쇄신하고 대선을 바라보려는 김 전 대표의 발걸음은 꼬이게 된다.
특히 15일 박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성립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절실한 탈출전략을 제공할 경우 향후 정국은 추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구상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불확실한 정국에 대한 초조함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전략이 성공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 전 대표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각종 비리를 저지른 기간과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기간이 겹치는데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을만큼 이전부터 대통령을 따랐다.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7일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차은택씨가 활개치고 다니던 시절 당 대표가 김 전 대표가 아니었느냐”며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무책임한 대표”라고 꼬집었다.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김 전 대표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어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수록 역풍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3일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유승민 의원은 코미디 그만 하고 정계 은퇴하라”며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 시장은 “아바타 대통령보다 친박계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의 비서실장이었던 두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 사람이 탄핵이나 퇴진을 요구하려면 본인 책임은 먼저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가 책임이 없는 양 다음 대선에 자기를 뽑아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